카오스 이론 × 금융 위기
결정론적 세계에서 예측 불가능한 붕괴가 일어나는 이유
“예측(Prediction)은 매우 어렵다 — 특히 미래에 관한 것이라면.” — 닐스 보어(Niels Bohr)
“현재가 미래를 결정하지만, 근사적 현재는 근사적 미래를 결정하지 않는다.” — 에드워드 로렌츠(Edward Lorenz), 1963
서론: 결정론의 균열
1961년 겨울, MIT의 기상학자 에드워드 로렌츠는 자신의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다시 돌리기 위해 초기값을 입력하고 있었다. 시간을 절약하려고 소수점 여섯 자리(0.506127) 대신 세 자리(0.506)만 입력했다. 그가 커피를 마시고 돌아왔을 때, 화면에는 완전히 다른 기상 패턴이 펼쳐져 있었다. 0.000127이라는 소수점 네 번째 자리의 차이가 — 나비의 날갯짓보다 작은 교란이 — 전혀 다른 날씨를 만들어낸 것이다.
이 발견은 과학사에서 가장 심오한 혁명 중 하나를 촉발했다. 결정론적 방정식이 예측 불가능한 결과를 낳는다는 카오스 이론의 탄생이었다. 뉴턴 이래 300년간 과학의 근본 전제 — “원인을 알면 결과를 예측할 수 있다” — 가 근본적으로 흔들린 순간이었다.
그로부터 반세기가 지난 2008년 9월 15일,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했다. 미국 네바다주의 한 가정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상환을 중단한 것은 — 그 자체로는 보잘것없는 사건이었다. 그러나 그 파장은 증폭되고, 되먹임하고, 비선형적으로 확산되어 글로벌 금융 시스템 전체를 붕괴시켰다. 세계 GDP의 10%에 해당하는 부가 증발했다.
2025년 4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발표 트윗 한 건이 S&P 500을 19% 추락시켰다. 140자의 텍스트가 수조 달러를 증발시킨 것이다.
이 글은 하나의 질문에서 출발한다: 왜 결정론적 규칙으로 작동하는 금융 시스템에서 예측 불가능한 붕괴가 반복되는가? 그 답을 찾기 위해, 카오스 이론의 수학과 금융 위기의 역사를 교차시킨다.
보어의 모토: “위대한 진리의 반대도 또한 위대한 진리이다.”
이번 주의 상보적 진리: “시장은 결정론적이다” ↔︎ “시장은 예측 불가능하다” 두 진술은 모순이 아니라, 카오스 이론이 드러낸 하나의 실재의 두 얼굴이다.
1. 로렌츠의 나비 — 결정론적 혼돈의 발견
1.1 세 개의 방정식이 만든 혁명
에드워드 로렌츠(Edward Lorenz)가 1963년 논문 “Deterministic Nonperiodic Flow”에서 제시한 시스템은 놀랍도록 단순했다. 단 세 개의 연립 미분방정식이었다:
\[ \frac{dx}{dt} = \sigma(y - x) \] \[ \frac{dy}{dt} = x(\rho - z) - y \] \[ \frac{dz}{dt} = xy - \beta z \]
여기서 \(\sigma = 10\), \(\rho = 28\), \(\beta = 8/3\)이라는 매개변수를 사용하면, 이 시스템의 궤적은 절대로 같은 경로를 반복하지 않으면서도 특정한 영역 — 이상한 끌개(strange attractor) — 안에 갇힌다. 궤적은 두 개의 불안정한 고정점 주위를 무한히 회전하며 나비 날개 모양의 구조를 그린다.
위 시각화에서 확인할 수 있는 핵심은 이것이다: 두 궤적은 처음에는 거의 구별되지 않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완전히 다른 경로로 발산한다. 초기조건의 차이는 0.0001에 불과했다. 이것이 바로 “나비 효과(butterfly effect)” — 초기조건에 대한 민감한 의존성(sensitive dependence on initial conditions)이다.
1.2 결정론 ≠ 예측 가능
로렌츠의 발견이 혁명적이었던 이유는 결정론(determinism)과 예측 가능성(predictability)을 분리했기 때문이다. 뉴턴 역학 이후, 과학자들은 이 둘을 동일시했다. 라플라스의 악마(Laplace’s demon) — 우주의 모든 입자의 위치와 속도를 안다면 과거와 미래를 완벽히 계산할 수 있다는 사고실험 — 는 결정론의 극단적 표현이었다.
카오스 이론은 이 환상을 산산조각 냈다. 로렌츠 시스템은 완벽히 결정론적이다. 방정식에 확률적 요소는 전무하다. 그러나 리아푸노프 지수(Lyapunov exponent)가 양수라는 것 — 인접한 궤적 간의 거리가 지수적으로 발산한다는 것 — 은 초기조건의 아무리 작은 측정 오차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기하급수적으로 증폭됨을 의미한다. 무한한 정밀도의 측정이 불가능한 이상, 장기 예측은 원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이것은 보어적 상보성의 완벽한 사례다. “시스템은 결정론적이다”와 “시스템은 예측 불가능하다”는 모순이 아니라 동시에 참이다.
2. 만델브로트의 프랙탈 — 시장은 정규분포를 따르지 않는다
2.1 가우시안 신화의 붕괴
현대 금융이론의 기둥 — 효율적 시장 가설(EMH), 블랙-숄즈 모형, 현대 포트폴리오 이론 — 은 모두 하나의 가정 위에 서 있다: 시장 수익률은 정규분포(가우시안 분포)를 따른다. 이 가정 하에서 극단적 사건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표준편차 5σ 이상의 변동이 일어날 확률은 350만분의 1이다.
그러나 수학자 브누아 만델브로트(Benoit Mandelbrot)는 2004년 저서 “The (Mis)Behavior of Markets”에서 이 가정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 1916~2003년 사이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에서 표준편차 5σ 이상의 일일 변동은 가우시안 모형에 따르면 30만 년에 한 번 일어나야 하지만, 실제로는 48번 발생했다.
- 7σ 이상의 변동은 우주의 나이(138억 년) 동안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아야 하지만, 수 차례 관측되었다.
- 1987년 블랙먼데이의 22.6% 하락은 가우시안 모형으로는 확률이 \(10^{-50}\) —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사건이었다.
만델브로트의 결론은 단호했다: “효율적 시장 가설은 우아하지만 결함이 있다(Elegant but flawed).” 시장은 정규분포가 아니라 두꺼운 꼬리(fat tails)를 가진 분포를 따른다. 극단적 사건은 예외가 아니라, 시장의 본질적 구조에 내재된 것이다.
2.2 프랙탈 시장 가설(Fractal Market Hypothesis)
만델브로트가 제안한 대안은 프랙탈 기하학(fractal geometry)이었다. 프랙탈이란 부분이 전체와 자기유사한(self-similar) 구조다. 해안선, 번개, 브로콜리 — 자연은 프랙탈로 가득하다. 만델브로트는 금융 시계열도 프랙탈이라고 주장했다.
허스트 지수(Hurst exponent, H)는 시계열의 프랙탈 특성을 정량화하는 도구다. H는 프랙탈 차원 D와 \(D = 2 - H\)의 관계를 갖는다.
- \(H = 0.5\): 랜덤워크 (효율적 시장 가설의 예측)
- \(H > 0.5\): 추세 지속성 (장기기억, long memory)
- \(H < 0.5\): 반평균회귀 (anti-persistent)
실증 연구들은 대부분의 금융 시계열에서 \(H \approx 0.55 \sim 0.70\)을 보고한다 — 시장은 랜덤워크가 아니라 프랙탈 구조를 가지며, 추세가 지속되는 경향이 있다. 이는 효율적 시장 가설의 핵심 전제와 정면으로 충돌한다.
위 시각화의 핵심 메시지는 명확하다. 선형 스케일로 보면 두 분포는 거의 동일해 보인다. 그러나 로그 스케일로 꼬리(tail) 영역을 확대하면, 실제 시장 분포의 극단 사건 확률은 가우시안이 예측하는 것보다 수십~수백 배 높다는 것이 드러난다. 이것이 바로 만델브로트가 경고한 “시장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거칠다(Markets are wilder than we think)”의 정량적 의미다.
3. 나비 효과의 경제학 — 서브프라임에서 글로벌 붕괴까지
3.1 2008년: 나비가 날갯짓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인과 사슬을 카오스 이론의 언어로 재구성하면, 나비 효과의 경제학적 메커니즘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초기 교란: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시장에서 개별 차입자들의 채무불이행이 시작되었다. 각각은 미시적 사건이었다 — 네바다주의 한 가정이 월 상환금 1,200달러를 더 이상 납부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비선형 증폭: 이 미시적 교란은 다음의 메커니즘들을 통해 비선형적으로 증폭되었다:
레버리지 = 비선형성 증폭기: 투자은행들의 레버리지 비율은 30:1에서 40:1에 달했다. 자산 가치가 3% 하락하면 자기자본이 전액 소진된다. 레버리지는 카오스 시스템에서 \(\sigma\)(시그마) 매개변수에 해당한다 — 발산 속도를 결정하는 증폭 계수다.
되먹임 루프(feedback loops): 자산 가격 하락 → 마진콜 → 강제 매도 → 추가 가격 하락. 이 양의 되먹임(positive feedback)은 로렌츠 방정식에서 \(x(\rho - z)\) 항 — 비선형 결합 항 — 과 구조적으로 동일하다.
연결성의 집중(concentration of connectivity): 리먼 브라더스는 900,000건 이상의 파생상품 계약의 당사자였다. 단일 노드의 실패가 전체 네트워크를 붕괴시킬 수 있는 구조 — 이것은 카오스 시스템의 위상학적 민감성(topological sensitivity)이다.
다양성의 결여(lack of diversity): 대형 금융기관들이 동일한 리스크 모델(VaR), 동일한 가정(가우시안 분포), 동일한 전략(모기지 증권화)을 사용했다. 다양성의 결여는 카오스 시스템에서 끌개의 차원(attractor dimension)을 낮추는 효과를 가진다 — 시스템이 한 방향으로 동시에 움직이게 만든다.
3.2 규모의 불연속성
카오스 이론이 금융위기에 대해 알려주는 가장 중요한 교훈은 규모의 불연속성이다. 로렌츠 끌개에서 궤적은 한쪽 날개에서 매끄럽게 회전하다가 갑자기 — 사전 경고 없이 — 반대쪽 날개로 도약한다. 금융 시스템도 마찬가지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연체율이 5%에서 7%로 올라갈 때는 “관리 가능한 문제”였다. 그러나 8%를 넘는 순간 — 로렌츠 끌개에서 날개 간 전이점에 해당하는 임계값 — 시스템은 갑작스럽게, 불연속적으로, 비가역적으로 다른 상태로 도약했다. 나심 탈레브(Nassim Taleb)가 “The Black Swan”(2007)에서 경고한 바로 그 현상이다: 표준 모형의 꼬리 영역에 숨어 있는, 모형이 포착하지 못하는 극단 사건이 역사를 결정한다.
크로스오버 인사이트 #1: 레버리지는 카오스의 시그마(\(\sigma\))다
로렌츠 방정식에서 \(\sigma\)는 두 변수 간 결합의 강도를 결정한다. \(\sigma\)가 클수록 시스템은 더 빠르게 발산한다. 금융 시스템에서 레버리지는 정확히 이 역할을 한다 — 작은 교란을 거대한 변동으로 증폭시키는 비선형성의 증폭기다. 2008년 투자은행들의 30:1 레버리지는 금융 시스템의 \(\sigma\)를 극단적으로 높인 것이었다.
4. 2025년의 나비 — 관세 전쟁과 카오스의 연쇄
4.1 트럼프 관세의 나비 효과
2025년 1월,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과 함께 대규모 관세 정책을 발표했다. 중국산 제품에 60%, 전 세계 수입품에 10~20%의 보편적 관세를 부과한다는 것이었다. 이것은 1930년 스무트-홀리 관세법(Smoot-Hawley Tariff Act) 이후 가장 공격적인 보호무역 조치였다.
카오스 이론의 관점에서, 이 정책은 글로벌 무역 시스템의 매개변수를 급격히 변경한 것이었다. 로렌츠 시스템에서 \(\rho\) 값을 28에서 갑자기 40으로 바꾸면 끌개의 구조 자체가 변한다 — 기존의 안정적 궤도가 사라지고, 시스템은 새로운 끌개를 찾아 혼란스럽게 이동한다. 2025년 4월의 시장이 정확히 이 상태였다.
연쇄 반응의 경로:
- 관세 발표 → 공급망 불확실성 급증
- 기업 투자 동결 → 고용 둔화 신호
- 소비자 신뢰 하락 → 소비 위축
- S&P 500, 2025년 4월에 19% 폭락 (“4월 충격”)
- 미국 가정당 평균 $1,500의 실질 세금 증가 효과
2026년 2월, 미국 대법원은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기반한 관세 부과가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이미 글로벌 공급망은 재편되기 시작했고, 되돌릴 수 없는 구조적 변화가 진행 중이었다.
4.2 2008년과 2025년의 프랙탈 유사성
만델브로트의 프랙탈 시장 가설이 예측하는 바와 정확히 일치하게, 2008년 위기와 2025년 관세 충격은 시간 규모는 다르지만 구조적으로 자기유사한(self-similar) 패턴을 보였다:
| 특성 | 2008년 금융위기 | 2025년 관세 충격 |
|---|---|---|
| 초기 교란 |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도 | 관세 발표 트윗 |
| 증폭 메커니즘 | 레버리지 + CDS | 공급망 상호의존성 |
| 되먹임 루프 | 자산하락→마진콜→강제매도 | 불확실성→투자동결→성장둔화 |
| 다양성 결여 | 동일 리스크모델 사용 | 중국 공급망 집중 |
| 임계점 돌파 | 리먼 파산 (9/15) | 4월 충격 (4/2025) |
| 최대 하락폭 | S&P 500 -57% | S&P 500 -19% |
이 표에서 드러나는 패턴은 프랙탈의 정의 그 자체다: 부분(개별 위기)이 전체(위기의 보편적 구조)와 닮아 있다. 트리거는 다르고, 규모는 다르지만, 증폭-되먹임-붕괴의 위상학적 구조는 동일하다.
5. 이상한 끌개로서의 시장 — 왜 위기는 반복되는가
5.1 금융 시스템의 이상한 끌개
Song(2016)의 연구는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DJIA)가 카오스적 끌개 행동(chaotic attractor behavior)을 보인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입증했다. 시장의 위상 공간(phase space)을 재구성하면, 가격-거래량-변동성의 궤적은 랜덤하게 흩어지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구조 — 이상한 끌개 — 주위를 선회한다.
이 발견의 함의는 심원하다:
시장은 랜덤워크가 아니다: 효율적 시장 가설이 주장하는 것처럼 가격이 무작위로 떠돌지 않는다. 시장은 끌개 주위를 궤도 운동하며, 끌개의 구조가 시장의 장기적 행동을 결정한다.
위기는 이상(anomaly)이 아니라 구조(structure)다: 이상한 끌개의 궤적은 갑작스러운 날개 간 전이를 포함한다 — 이것이 금융위기다. 위기는 끌개의 구조에 내재된 것이지, 외부 충격에 의한 예외적 사건이 아니다.
변동성 시기에 끌개가 출현하고, 추세 반전 시 프랙탈로 소산된다: Song의 분석에 따르면, 시장이 높은 변동성을 보이는 시기에 위상 공간에서 뚜렷한 끌개 구조가 나타나며, 추세가 반전될 때 이 구조가 더 복잡한 프랙탈로 분해된다.
5.2 위기의 반복: 끌개의 위상학
금융 역사는 위기의 반복이다. 1929년, 1987년, 1997년, 2000년, 2008년, 2020년, 2025년 — 평균 10~15년 주기로 대규모 시장 붕괴가 발생한다. 전통적 경제학은 이를 “외생적 충격(exogenous shock)”으로 설명하려 한다. 그러나 카오스 이론의 관점에서, 위기의 반복은 금융 시스템의 끌개 구조에 내재된 특성이다.
로렌츠 끌개에서 궤적이 불가피하게 한쪽 날개에서 반대쪽으로 도약하듯, 금융 시스템의 궤적도 “안정” 영역에서 “위기” 영역으로 주기적으로 — 그러나 비주기적으로(aperiodically) — 전이한다. “비주기적 주기성”이라는 모순적 표현이 정확히 카오스의 본질이다.
위 시각화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위기들 사이의 자기유사성이다. 1987년 블랙먼데이와 2020년 코로나 충격은 최대 하락폭이 거의 동일하다(34%). 1997년 아시아 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전이(contagion) 메커니즘이 구조적으로 동일하다. 트리거는 다르지만 붕괴의 위상학적 구조는 반복된다 — 프랙탈의 자기유사성이다.
6. 보어적 통찰 — 결정론과 예측불가능의 상보성
6.1 양자역학적 상보성과 금융 시장
닐스 보어의 상보성 원리(complementarity principle)는 양자역학의 핵심이다: 빛은 파동이면서 동시에 입자다. 두 서술은 모순이 아니라, 하나의 실재의 상보적 측면이다. 어느 한쪽만으로는 빛의 본성을 완전히 기술할 수 없다.
카오스 이론이 드러낸 금융 시장의 본성은 정확히 이 구조를 갖는다:
상보적 진리 1: 시장은 결정론적이다 — 모든 가격 변동에는 원인이 있고, 시장 참여자들은 합리적 규칙에 따라 행동한다.
상보적 진리 2: 시장은 예측 불가능하다 — 초기조건의 민감성과 비선형 되먹임으로 인해 장기적 결과는 원리적으로 예측할 수 없다.
두 진술은 모순이 아니라, 카오스 이론이 드러낸 하나의 실재의 두 얼굴이다.
6.2 규제의 상보성
이 상보성은 금융 규제에 대한 심원한 함의를 갖는다. 전통적으로 규제 논쟁은 이분법적이었다: 자유방임(laissez-faire) vs. 엄격한 규제. 그러나 카오스 이론은 두 극단 모두 실패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완전한 탈규제가 실패하는 이유: 규제가 없으면 레버리지(시스템의 \(\sigma\))가 무한히 상승하고, 되먹임 루프가 제어 없이 증폭되며, 시스템은 카오스적 발산의 극단으로 치닫는다. 2008년 위기가 이 시나리오의 실증적 증거다.
완전한 규제도 실패하는 이유: 과도한 규제는 시스템의 자유도를 제거한다. 복잡적응계(complex adaptive system) 이론에 따르면, 시스템이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려면 충분한 자유도가 필요하다. 완전히 경직된 시스템은 새로운 충격에 대한 적응 능력을 상실하고, 결국 다른 방식으로 붕괴한다 — 소비에트 경제의 붕괴가 이 시나리오의 역사적 증거다.
“카오스의 가장자리(Edge of Chaos)”: 복잡계 과학자 스튜어트 카우프만(Stuart Kauffman)이 제시한 개념이다. 가장 적응적이고 창의적인 시스템은 완전한 질서와 완전한 혼돈 사이의 경계 — “카오스의 가장자리” — 에 존재한다. 금융 규제의 목표는 카오스를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을 카오스의 가장자리에 위치시키는 것이어야 한다.
이것은 보어의 모토의 가장 실용적인 적용이다: “규제가 필요하다”는 위대한 진리이고, “시장 자유가 필요하다”도 또한 위대한 진리이다. 지혜는 이 두 진리 사이의 긴장 속에서 균형을 찾는 것이다.
6.3 규제 = 끌개의 변형
카오스 이론의 관점에서 금융 규제의 본질을 재정의할 수 있다. 규제는 카오스를 제거하려는 시도가 아니라, 시스템의 끌개(attractor) 구조를 변형하려는 시도다.
로렌츠 시스템에서 매개변수 \(\rho\), \(\sigma\), \(\beta\)의 값을 바꾸면 끌개의 형태가 변한다 — 더 안정적인 궤도를 가질 수도, 더 격렬한 진동을 보일 수도, 아예 다른 유형의 끌개로 전이할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 자본 적정성 규제(Basel III): 레버리지 비율(\(\sigma\))에 상한을 설정 → 끌개의 발산 속도를 제한
- 스트레스 테스트: 위상 공간의 극단 영역에서 시스템의 행동을 사전에 탐색
- 거래 중단 장치(circuit breaker): 궤적이 끌개의 특정 영역을 벗어날 때 시스템을 일시 정지 → 날개 간 전이의 속도를 제어
- 다양성 규제: 동일한 리스크 모델 사용을 제한 → 끌개의 차원을 높여 시스템의 복원력을 증가
그러나 핵심적 한계가 있다: 끌개의 구조를 완전히 통제할 수는 없다. 카오스적 시스템에서는 매개변수의 미세한 변화도 끌개의 질적 변화(bifurcation)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규제자는 항상 의도하지 않은 결과(unintended consequences)의 가능성을 인식해야 한다.
크로스오버 인사이트 #2: 규제의 역설
완전한 탈규제도, 완전한 규제도 금융 시스템을 안정화시키지 못한다. 시스템은 “카오스의 가장자리”에 있어야 가장 적응적이고 복원력이 높다. 규제의 목표는 카오스를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끌개의 구조를 더 안전한 형태로 변형하는 것이어야 한다 — 그러나 이 시도 자체가 예측 불가능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카오스적 겸손(chaotic humility)이 필요하다.
결론: 세 가지 핵심 인사이트
이 탐구를 통해 카오스 이론과 금융 위기의 교차에서 세 가지 핵심 인사이트를 도출한다.
인사이트 1: 결정론 ≠ 예측 가능 (Determinism ≠ Predictability)
로렌츠가 1963년에 증명한 이 통찰은 금융에 직접 적용된다. 시장을 지배하는 규칙은 결정론적이다 — 수요와 공급, 이자율과 수익률, 공포와 탐욕의 법칙은 변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결정론적 규칙들의 비선형적 상호작용은 초기조건에 대한 민감한 의존성을 낳으며, 이는 장기 예측을 원리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든다.
이것은 “시장을 예측할 수 없으니 포기하라”는 패배주의가 아니다. 오히려 예측의 한계를 정확히 인식하고, 그 한계 내에서 최선의 의사결정을 하라는 것이다. 기상학에서 일기예보는 3일까지는 상당히 정확하지만 10일 이후는 근본적으로 불확실하다는 것을 인정한 후, 예보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것과 같은 논리다.
인사이트 2: 위기는 이상(異常)이 아니라 구조(構造)다
만델브로트의 프랙탈 분석과 Song의 이상한 끌개 연구가 공통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금융 위기는 외부에서 가해지는 예외적 충격이 아니라 시스템의 내재적 구조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로렌츠 끌개에서 날개 간 전이가 끌개의 구조에 내장되어 있듯, 금융 위기는 시장의 끌개 구조에 내장되어 있다.
이 인사이트는 위기 대응의 패러다임을 바꾼다. “위기를 예방하겠다”는 것은 “나비의 날갯짓을 막겠다”는 것만큼이나 비현실적이다. 대신 위기를 시스템의 불가피한 속성으로 인정하고, 위기 시 시스템이 복원되는 메커니즘을 강화하는 것이 현실적 전략이다.
인사이트 3: 보어적 겸손 — 상보성의 지혜
보어의 상보성 원리가 금융에 주는 최종적 교훈은 겸손이다. “시장은 효율적이다”와 “시장은 비효율적이다”는 두 진술이 양자역학에서 파동-입자 이중성처럼 동시에 참이라면, 어느 한쪽만을 절대적 진리로 삼는 모든 이론과 정책은 불완전하다.
이 겸손은 무력감이 아니다. 보어는 상보성을 발견한 후에도 양자역학의 가장 위대한 성과들을 만들어냈다. 마찬가지로, 카오스적 겸손은 불확실성을 인정한 위에 더 견고한 금융 시스템을 설계하는 출발점이다.
만델브로트는 이렇게 썼다: “바다는 거칠고, 선원은 그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바다를 잔잔하게 만들 수는 없다. 그러나 더 나은 배를 만들 수는 있다.”
금융 시스템의 카오스를 제거할 수는 없다. 그러나 카오스를 이해함으로써, 더 나은 항해를 할 수 있다.
“위대한 진리의 반대도 또한 위대한 진리이다.”
시장은 결정론적이다 — 그리고 동시에 예측 불가능하다. 위기는 예외적 사건이다 — 그리고 동시에 필연적 구조이다. 규제는 반드시 필요하다 — 그리고 동시에 근본적으로 불충분하다.
이 상보적 진리들의 긴장 속에서, 지혜가 태어난다.
참고문헌
Lorenz, E. N. (1963). “Deterministic Nonperiodic Flow.” Journal of the Atmospheric Sciences, 20(2), 130-141.
Mandelbrot, B. B. (2004). The (Mis)Behavior of Markets: A Fractal View of Financial Turbulence. Basic Books.
Mandelbrot, B. B. (1982). The Fractal Geometry of Nature. W. H. Freeman.
Taleb, N. N. (2007). The Black Swan: The Impact of the Highly Improbable. Random House.
Song, Y. (2016). “Modelling and Forecasting High Frequency Data with Jumps Based on a Chaotic Attractor.” Journal of Computational and Applied Mathematics, 301, 195-206.
Peters, E. E. (1994). Fractal Market Analysis: Applying Chaos Theory to Investment and Economics. John Wiley & Sons.
Kauffman, S. A. (1993). The Origins of Order: Self-Organization and Selection in Evolution. Oxford University Press.
Hurst, H. E. (1951). “Long-term Storage Capacity of Reservoirs.” Transactions of the American Society of Civil Engineers, 116, 770-799.
Kindleberger, C. P., & Aliber, R. Z. (2011). Manias, Panics, and Crashes: A History of Financial Crises (6th ed.). Palgrave Macmillan.
Sornette, D. (2003). Why Stock Markets Crash: Critical Events in Complex Financial Systems. Princeton University Press.
“나비의 날갯짓이 태풍을 일으킬 수 있다면, 우리의 매 순간의 선택이 역사를 바꿀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이 카오스가 주는, 결정론 안에 숨겨진, 자유의 메시지다.”
— Insight Lab, Week 5